오늘날 금융 시장은 오랜 기간 동안의 저금리 정책을 폈고, 현재 이 저금리의 리스크가 실현될 위기에 처해있죠.
< 최근 하락한 전세계 주식시장 >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금요일(24년 8월 2일)에 시작된 매도세는 조정을 겪었습니다. 특히 기술주는 가격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죠. 이때문인지 심한 조정을 받았죠. 하지만 이 조정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그간 정부와 중앙은행의 지나친 돈 지출, 일면 쉬운 돈(easy money)의 시대가 결국 끝나게 될 것이라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이 쉬운돈의 대가가 도래할지, 그리고 또 얼마나 거칠게 닥쳐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대비를 해야할 것입니다.
쉬운돈의 대가의 징조가 가장 크게 다가온 곳은 일본인 듯 보입니다. 월요일(24년 8월 5일) 일본 주가지수인 니케이 지수는 12.4% 하락했는데, 이는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의 낙폭이였죠. 지난 주 금요일(24년 8월 2일)의 5.8% 하락에 이어, 또다시 큰 하락이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시장들도 함께 떨어졌고, 유럽과 미국의 주식도 급락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4% 하락했죠.
최근 이렇게 하락의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란 것은 큰 복잡계이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 이유를 하나로 설명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이번 하락에 관해 설명하자면, 크게 압축해서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지정학적 리스크인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위험성 증가고, 두 번째는 일본의 엔캐리트레이드의 종식입니다.
< 엔캐리 트레이드의 종식 >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이야기는 너무 큰 불확실성이 있고, 여기서 다루기엔 너무 무리가 있기에 생략하겠습니다. 그래서 전 이번 하락을 엔캐리트레드의 종식을 중심으로 풀어나가겠습니다.
엔캐리트레이드는 값이 싼 일본 엔화를 대출 받아서 세계 각국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중앙은행이기도 하지만 더 큰 규모의 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대출입니다. 우리는 이를 신용창출이라고 하죠. 엔화의 신용창출로 풍부해진 돈의 유동성이 세계 각지로 퍼졌고, 다양한 자산에 투자되었죠.
이번 급락은 일본의 통화 정책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주 금리 목표를 0.25%로 인상하고 양적 완화 프로그램 축소의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다량으로 살포하던 엔화를 이제 덜 풀고, 오히려 흡수하겠단 정책이죠. BOJ 총재 우에다 가즈오는 이러한 조치들이 엔화의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고, 이는 중앙은행장이 일반적으로 하는 발언인 아닌 이례적인 발언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오랫동안 다량의 엔화를 시장에 뿌렸던 통화정책이 일본 그리고 다양한 국가에 리스크로 다가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약한 엔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국 통화로 더 저렴하게 보였고, 일본 주식에 투자하게 만들었으며, 24년 3월 기준으로 외국인 보유자는 가치 기준으로 일본 주식의 약 3분의 1을 소유할 정도기 되었습니다. 최근 급락으로 일본 주식 시장은 24년 1월 이후의 모든 상승폭을 잃은 반면, 엔화의 가치는 같은 기간 동안의 모든 손실을 회복했죠. 엔화가 더 이상 싸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난 7월까지 약 ¥162까지 하락했던 엔화는 월요일에 ¥144로 급등했습니다. 비공식 보고에 따르면, 도쿄에서의 매도는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금을 인출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다음으로 펼쳐진 상황은 엔화로 해외에 투자한 자본들의 후퇴일 수 있습니다. 낮은 금리와 약한 엔화는 거대한 엔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겼고, 이는 더 저렴한 엔화로 대출하고, 달러 자산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이죠. 엔화의 상승은 이 거래가 반대로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비싸진 엔화를 갚기 위해 자산을 파는 것이죠.
갑작스러운 엔화 변동이 엔화로 과도한 대출(레버리지)를 사용한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부담일지는 이제 기다려야 할 일입니다. 특히 미국 재무부는 이 일본 자본의 인출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미국 경기 침체의 공포 >
최근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주 수요일(24년 7월 31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의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후, 금요일의 저조한 미국 고용 보고서가 경기 침체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침체에 대해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서 구세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각종 경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는 더 많은 지출과 나쁜 세금 및 무역 아이디어 외에는 경제 정책에 대해 교착 상태에 있기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가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대부분 소비자와 자산 가격을 지탱하기 위한 정부 지출과 저금리에 의해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 침체기에도 우리는 정부 지출과 연준의 저금리 정책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 엔캐리 트레이드 진짜 끝? >
결국 다가올 경기 침체는 저금리 정책이 끝남과 동시에 정부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서 유발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 중 하나가 엔캐리 트레이드죠. 앞서 언급했듯 일본은 자국의 인플레 상황을 해결하고자 이 엔캐리 트레이드를 종식하려 합니다.
앤케리 트레이드 종식으로 줄어든 유동성이 자산시장 및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두고 봐야 하지만, 간단하게 이를 해결하려면 일본보다 더 강력한 권력으로 엔캐리 트레이드를 유지하도록 하거나, 미국이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의 정책을 하면됩니다.
미국은 현재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집권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하기 위해선 경제 상황이 좋아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경기가 좋게 보이는 현상 중 하나는 주가지수의 흐름이 좋은 것입니다. 대선 때마다 미국은 주가를 부양하려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엔캐리 트레이드의 종식은 미국 집권여당의 재선에 먹구름을 드리웁니다.
< 대선을 앞둔 미국, 유동성 공급 유지할 것! >
금융 시장은 오랜 기간 저금리 정책으로 누렸던 혜택의 대가를 언젠가는 반드시 치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가 있기에 현시점은 아니라고 생각되죠. 그러므로 엔캐리트레이드의 종식은 아직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실제 엔캐리트레이드의 종식은 대선 이후 언제가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엔캐리트레이드에 관해 저의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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